두루의 처음부터 함께하고 있는 이혜영 이사님은 한국 아쇼카의 대표로 활동하고 계신다. 이번 인터뷰 뿐 아니라 두루의 부탁을 흔쾌히 들어주시는 감사한 인연이다. 항상 따뜻한 마음으로 두루를 아끼고, 더 나은 두루가 되도록 격려해 주시는 이혜영이사님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이사님께서는 어떤 계기로 지금의 활동을 하게 되셨나요? 간단하게 소개 부탁 드립니다.
저는 북한인권시민연합이라고 하는 단체에서 북한인권운동 활동가이자 국제 캠페인 담당가로 처음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인신매매 범죄에 노출된 탈북 여성과 아동 문제에 관심이 많았고,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엔과 국제사회의 공조를 이끌어내는 활동을 했습니다. 유엔 총회의 북한인권결의안 채택 등에 적극적으로 로비활동을 하고, 유의미한 결과를 내는 과정에서 북한 인권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단순한 접근이 아닌, 경제 개발과 심리지원 등 다각도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를 통한 변화의 바탕에는 다각도의 혁신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새로운 길을 찾아서 활동하는 사람들을 지원하는 단체인 아쇼카를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아쇼카를 통해서 소셜 앙트러프러너(Social Entrepreneur)라는 말을 처음 접했는데요. 아쇼카는 인권이 굉장히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고, 되어야 하지만 인권이 단 하나의 목적이 되는 것은 위험하다는 저의 기존 고민을 같이 이야기할 수 있는 단체였습니다. 저는 아쇼카가 한국에 지부를 설립할 때부터 아쇼카 한국의 대표로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활동하는 사람들과 함께 사회적 혁신을 만들어가고 그 과정을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사님께서는 두루가 태어날 때부터 지금까지 함께 해 주고 계십니다. 지금의 두루의 모습은 5년 전의 두루와 어떻게 다른가요?
5년 전 설립 당시에는 상근자가 강정은 변호사님 혼자였는데, 지금은 상근변호사가 8명으로 늘었습니다. 아마 그 차이가 제일 크겠지요. 하지만 두루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에 있어서는 그 때나 지금이나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미션이 명확했기 때문이겠지요. 우리 사회의 요구와 이를 실현해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법률가, 그리고 그 과정에서의 혁신 사이에서 접점을 찾아내야겠다는 두루의 목표는 그때부터 명확했어요. 그러한 목표 하에서 각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변호사들이 새롭게 합류해서 활동을 하면서 두루 고유의 색깔을 더욱 선명히 했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갔다고 생각합니다.
이사님께서 보시기에 두루의 상근 변호사들은 어떤가요? 두루만의 특징은 무언가요?
우선 두루의 변호사들은 변호사 같지 않아요(웃음). 두루의 변호사들에게는 변호사로서의 전문성 외에도, 진정성과 사명감이 느껴집니다. 본인이 생각하고 있는 문제에 사로잡혀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그리고 본인이 해결하고 싶은 문제를 마음으로, 그리고 몸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은 변호사로서 이 문제를 풀어나가고 있지만, 변호사가 아니었더라도 다른 방식으로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애썼을 것 같다’는 느낌이랄까요?
대표를 맡고 계신 아쇼카 한국은 두루보다 조금 먼저 설립된, 두루의 언니/누나 같은 단체인데요. ‘먼저 길을 간 자’로서 동생한테 조언을 부탁 드립니다.
아쇼카 한국은 법률적인 면에서 두루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해외에서 진행되었던 아쇼카의 프로그램을 한국에 도입하는 과정에서 두루가 여러 자문을 해 주었고요. 그래서 저는 오히려 두루가 아쇼카 한국의 오빠, 언니, 누나의 역할을 해 준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요.
‘누나’의 마음으로 말씀을 드린다면, 앞으로 두루의 활동을 알리는 콘텐츠에 대한 투자도 늘렸으면 좋겠습니다. 두루는 보고서나 영상을 직접 기획, 제작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이번 5주년 보고서도 그렇고요. 그 비용을 아껴서 다른 프로젝트에 쓰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더욱 가치 있게 표현해서 잘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두루가 하는 일을 매력적으로 보여주고, 그 일의 효과를 보여야지만 그 임팩트가 사회에 확산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두루가 직접 일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사람들도 두루가 하는 일을 하고 싶게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즉, 두루가 공익 변호사의 생태계를 이끌어가는 역할을 하는 것이지요. 스스로를 이 영역에 속해 있는 단순한 참가자로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영역 자체에 대한 고민을 갖고 이 영역을 키워나가는 리더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두루가 다양한 기술을 가지고 문화 예술과 함께 협업하는 활동의 모델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 과정에서 두루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능력을 뿜어져 나와서, 상상도 못했던 새로운 것들이 만들어질 수도 있을 거예요. 그러면 두루가 가진 문제의식을 사회적으로 확산시키는 데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고요. 이러한 ‘협업의 가능성’은 비영리 섹터만이 가질 수 있는 고유한 자산이기도 합니다. 비전만 맞는다면 폭넓은 협업이 가능할 것이고, 엄청난 시너지가 나올 수 있을 거예요.
마지막으로, 두루 변호사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나요?
지금까지 정말 잘해오고 있다고 생각해요. 지난 5년간 상근변호사의 숫자가 꾸준히 늘었고, 영역도 확대되어 왔다는 것이 그 증거겠지요.
바라는 점 한 가지만 말하자면, 두루의 변호사들은 ‘공익 인권변호사’ 그 이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법률가’라는 틀이나, ‘인권’이라는 틀에만 갇혀 있지 않고, 보다 새롭고 자유로운 관점에서 세상의 변화를 만들어갈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좀 거창한 요구일까요? (웃음)
“두루의 변호사들은 ‘공익 인권변호사’ 그 이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법률가’라는 틀이나, ‘인권’이라는 틀에만 갇혀 있지 않고, 보다 새롭고 자유로운 관점에서 세상의 변화를 만들어갈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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