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루는 보편적 출생신고 네트워크의 소속 단체로, 아동의 출생신고될 권리의 보장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유엔 아동권리협약은 당사국에 관할권 내 모든 아동이 어떠한 종류의 차별 없이 아동이라면 반드시 누려야 할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태어나면서부터 차별에 노출된 아동들이 있습니다. 출생등록이 되지 못한 아동들입니다.
11월 30일, 전남 여수에서 한 아동이 냉장고에서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아동학대 정황이 의심된다는 신고가 있었지만 학대 사실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출생신고가 되지 않아 누구도 이 아동의 존재를 알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유엔 아동권리위원회 등 국제사회의 다양한 권고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한국에서는 모든 아동의 출생등록될 권리를 보장하는 ‘보편적 출생신고 제도’의 도입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수차례에 걸쳐 모든 아동이 공적으로 등록되어 보호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출생통보제’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으나 도입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발표하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최근에는 아동의 정체성의 권리와 부모를 알 권리를 침해하는 ‘익명출산제(보호출산제)’의 도입 계획을 밝히며, 이를 아동유기에 대한 해결책이자 보편적 출생신고 제도의 대안인 것처럼 홍보하고 있습니다.
익명출산제는 아동유기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없습니다. 익명출산제의 도입을 논하기에 앞서 아동인권 보장을 위한 제도의 도입, 아동이 원가정에서 잘 양육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러한 점을 강조하며 두루는 현행 출생신고 제도의 개선을 위한 활동으로 보편적 출생신고 네트워크 등이 공동주최한 최근 두 차례의 기자회견에서 다음과 같이 발언했습니다. 긴 발언문이지만 읽어보시고, 모든 아동의 출생등록될 권리 보장을 위한 두루의 활동에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담당변호사: 강정은, 김진, 마한얼 (02-6200-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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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1. 25. “지금 필요한 것은 보호출산제가 아니다” 기자회견 발언문
2019년 10월,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한국 정부가 제출한 제5-6차 국가보고서를 심의한 후 발표한 최종견해의 ‘아동의 정체성에 대한 권리 보장’ 파트에서 “종교단체가 운영하면서 익명으로 아동 유기를 허용하는 베이비박스를 금지”할 것, 그리고 익명출산 가능성을 허용하는 제도의 도입을 ‘최후의 수단’으로 고려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최후의 수단”이란, 아동 유기를 막기 위한 모든 수단을 도입한 이후, 즉 베이비박스의 전면 폐지 및 금지, 위기임신출산에 대한 국가의 충분한 지원, 협약에 명시된 “부모를 알고, 부모에 의해 양육받을” 아동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보편적 출생신고 제도의 도입 및 정착 등이 모두 고려된 이후를 이야기합니다. 이 모든 제도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시도하는 보호출산제는 유엔 아동권리위원회의 위와 같은 권고의 취지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입니다.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프랑스, 독일, 체코 등의 익명출산제도에 대해 ‘아동이 자신의 부모를 알 권리’ 및 ‘태어난 가정에서 양육될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며, 유엔아동권리협약 제2조 비차별의 원칙, 제3조 아동 최상의 이익 원칙, 제7조 출생등록되고 부모에 의해 양육될 권리에 따라 아동이 자신의 부모를 알 권리를 완전히 보장하기 위한 모든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계획되지 않은 임신에 대한 가족계획 및 출산건강서비스, 적절한 상담 및 사회적 지원 제공, 고위험 임신 예방 등 아동유기를 야기하는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라고 권고하였습니다.
가족관계등록법에 의해 규정된 우리나라의 현행 출생신고 제도는 한국의 모든 아동의 출생등록될 권리를 보장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신고의무자는 부와 모로 되어 있는데, 부모가 신고를 하지 않더라도 이를 발견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발견하더라도 신고를 강제하기 어렵습니다. ‘사랑이법’ 이후에도 미혼부의 출생신고, 혼외 자녀에 대한 출생신고는 쉽지 않으며, 병원에서 태어나지 않은 아동에 대한 출생신고는 지연되기 쉽습니다. 뿐만 아니라 현행 제도는 ‘국민’의 출생신고만 가능하게 되어 있어 국민이 아닌 외국인 아동의 출생신고는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국제사회는 한국 정부에 국내 모든 아동의 출생신고가 가능하도록 제도의 개선을 촉구해 왔습니다.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권고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한국에서 보편적 출생신고 제도 도입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진행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2019년 “포용국가 아동정책”, 2020년 제2차 아동정책 기본계획을 통해 모든 아동이 공적으로 등록되어 보호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의료기관이 출생하는 모든 아동을 누락없이 국가기관 등에 통보하는 ‘출생통보제’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으나, 아직도 제도의 도입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그 사이 대법원은 2020년 6월, 최초로 아동의 ‘출생등록될 권리’를 인정하며, 아동의 출생등록될 권리는 ‘법 앞에 인간으로 인정받을 권리’로서, ‘모든 기본권 보장의 전제가 되는 기본권’이므로 법률로써도 이를 침해할 수 없다고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출생등록될 권리의 핵심은 아동의 정체성에 관한 권리를 보장하는 것입니다. ‘보호출산제’는 아동유기에 대한 해결책이나 대안으로 고려되어서는 안 됩니다. ’보호출산제’는 아동인권 보장을 위한 보편적 출생신고 제도가 도입, 정착되고 아동이 태어난 가정에서 잘 양육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이 원활하게 이루어진 이후에야 비로소 논의될 수 있습니다. 법 앞에 인간으로 인정받을 아동의 권리에 대한 그 무엇도 온전히 마련되지 않은 지금은 ‘최후의 수단’이 논의될 때가 아닙니다. 지금은 출생통보제를 신속히 도입하고, 나아가 한국에서 태어난 모든 아동이 부모의 지위나 국적과 무관하게 모두 출생등록될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보편적 출생신고 제도를 마련해야 할 때이며, 아동이 부모에 의해 양육받을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할 때입니다.
2020. 12. 9. “대한민국 내 모든 아동이 출생 즉시 등록되어 존재를 확인할 수 있도록 보편적 출생신고 제도를 도입하라” 기자회견 발언문
현행 한국의 출생신고제는 아동이 출생하면 신고의무자가 병원 등이 발급한 출생증명서를 가지고 시청, 군청, 구청 등에 방문해 출생사실을 신고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여기서 신고의무자는 부 또는 모를 말합니다. 문제는 부모의 신고에 의존하는 현재의 출생신고제는 그들의 성실한 신고 또는 신고의사에 의존한다는 점입니다. 이들이 신고를 하지 않거나, 게을리 하거나, 심지어 출생사실을 허위로 만들어 신고하더라도, 이들의 신고에 출생신고가 좌우되고 있어 아동의 출생등록될 권리를 보장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올해 2월에는 만 3세 아동 전수조사를 통해 출생신고도 안 된 채 사망한 아동이 알려졌고, 얼마전에도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동이 사망한 사실이 아동학대 조사 중 알려졌습니다. 올해 뿐만이 아닙니다. 2017년에는 허위의 출생신고를 하여 양육수당과 출산수당을 수령한 사건이 있었고, 2016년에는 10남매 중 4명의 출생신고가 제때 이루어지지 않았던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처럼 아동의 출생등록될 권리가 보장되지 않으면 아동이 보호와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됩니다.
더불어 우리 곁에는 태어났지만 출생신고를 할 수 없어서 서류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아동들이 같은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출생신고의 절차가 규정된 가족관계등록법은 국민의 출생, 혼인, 사망 등 가족관계에 대한 내용을 규정하는 것을 목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국내에서 출생사실을 증명할 수 없는 아동은 부모의 국적국에 돌아가는 일도 어렵고, 겨우 돌아가더라도 본인의 존재를 증명하기 어렵습니다. 최소한 태어난 장소를 관할하는 국가에서 출생사실은 확인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아동인권 보장을 책임지는 아동권리협약 당사국의 기본 자세입니다.
이에 유엔아동권리위원회, 자유권규약위원회, 사회권규약위원회, 여성차별철폐위원회, 인종차별철폐위원회를 비롯한 국제사회에서는 출생통보제와 보편적출생등록제도의 도입을 수차례 촉구하고 있습니다. 올해 대법원에서도 출생신고는 사회적 신분을 갖추기 위한 시작점이라며 출생등록될 권리를 인정하는 판결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우선 출생통보제도는 의료기관 등이 아동의 출생사실을 시ㆍ읍ㆍ면의 장에게 통지하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국내 출생아동의 99.5%는 의료기관에서 출생하고 있는데, 적어도 지방자치단체가 이들의 출생사실을 인지해야 출생신고의 최고나 과태료 부과 등의 강제조치가 실효적으로 작동할 수 있습니다. 또한 출생사실을 통보받은 지방자치단체는 적극적으로 출생신고 업무를 수행하도록 해야 합니다.
한편 보편적출생신고제도는 모든 아동의 출생등록부를 만들어 국내에서 출생한 모든 아동의 출생등록될 권리를 보장하려는 제도입니다. 보편적인 출생등록부를 통해 국적과 관계없이 모든 아동의 출생이 공적으로 기록되고, 출생사실을 증명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모든 아동의 출생등록될 권리가 보장되어야 합니다.
정부는 2019. 5. ‘포용국가 아동정책’을 발표하며, 모든 아동의 공적으로 등록되어 보호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출생통보제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그러나 그 이후 구체적인 출생신고제도의 개정은 지지부진했습니다. 보편적출생신고제도에 대해서는 사회적합의를 핑계로 기약없이 연기 중입니다. 그 사이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보호공백 상태에서 사망한 아동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이에 대해 적절한 대책조차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누구를 위한 보호인지 모를 비밀출산제도를 도입하겠다며, 이를 아동을 위한 보호인냥 보호출산으로 호도하고 있습니다. 비밀출산을 도입하기 전에 출생통보제도의 정착 등 출생등록될 권리와 아동이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원가정 지원의 온전한 실현이 먼저 이루어져야 합니다. 한편 최근에 보건복지부는 출생통보제는 출산정책과에서, 비밀출산제는 아동복지정책과에서 담당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왕 담당 부처를 정하였으니 힘차게 출생신고제도 개편을 추진하기 바라지만, 무엇이 아동권리를 위한 것인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정부의 입장은 무척 아쉽습니다.
출생등록은 교육, 보건의료, 사회보장 등 공적 서비스와 법적인 보호, 정체성을 인정받도록 하는 아동권리 보장의 첫 단계입니다. 부모가 한국국적이 없다고 하여 그 법적 지위에 종속되어 아동의 출생 사실 마저 미등록 상태를 감수 또는 묵인하여서는 안 될 것입니다. 부모의 신고의사에 따라 아동의 권리가 좌우되어서도 안 될 것입니다. 정부는 하루빨리 출생통보제와 보편적출생신고제도의 도입 계획을 밝히고 이를 추진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