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후 기쁜 소식이 이어져 참 좋습니다. 지평X두루 팀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상대로 임시조치(가처분)를 신청하였는데, 중선위가
우리 주장을 전부 받아들이기로 하였습니다(조정결정에 대한 이의포기 형식). 대선이 10여일 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라 더욱 뿌듯한 결정입니다.
스토리를 조금 설명 드리면, 우리나라에 발달장애인(지적∙자폐성 장애인)이 25만명인데, 그 중에
유권자는 20만명입니다. 발달장애인은
장애로 인하여 혼자서는 투표를 할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발달장애인은 2014년부터 2018년까지 국회의원/지방선거/대통령 선거를 하면서 투표보조를 받아 아무런 문제없이 투표를
해왔는데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020년 국회의원선거
및 2021년 재보궐선거 시에 발달장애인에게 투표보조를 허용하지 않아, 발달장애인들은 사실상 투표권을 행사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예전부터 이 문제를 예의주시하고 있던 두루의 이주언/최초록 변호사님과 지평의 배기완/고세훈/허종/민지영 변호사님이 혼연일체가 되어 중선위를 바른 길(?)로 인도하기 위한 작업을 시작하였습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8조 제1항을 근거로 중선위를 상대로 ‘임시조치’를 신청(발달장애인들에 대하여 ‘투표 보조’를 허용하라!)하였고, 중선위가 우리의 주장을 전부 수용하여 조정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당초
중선위가 ‘소송요건 결여로 각하되어야 한다’ ‘장애인들에 대한 자기결정권 침해 우려가 매우 크다’ 주장하면서 너무나도 강력하게 반발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심문기일 이후 우리의 주장을 전부 받아들이고 협조하는 것으로
태도를 바꾸었습니다. 심문기일에 허 종 X 이주언
변호사님이 날카로운 변론으로 중선위의 예봉을 꺽은 것이 주효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이전에는 발달장애인에게 ‘투표보조’를 허용하지 않던
중선위가(BEFORE) 우리의 임시조치신청(2021. 12. 10.)
이후 입장을 선회하여 투표보조를 허용하게 된 것입니다(AFTER).
지난 2021년 11월 신청인(중증지적장애인)과
신청인의 어머님을 찾아 뵈었습니다. “어머님, 거소투표도
가능하지 않나요? 불편하면 사전에 거소 투표를 하시는 것은 어떨까요?”라고
조심히 물었습니다. “변호사님, 아니예요. 투표 당일에 같은 투표소를 방문하여 다른 사람들과 같은 방식으로 투표를 하는 것은 우리 아이에게 매우 중요한
일이예요. 우리 아이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공동체의 숭고한 행사에 같이
참여하는 것이잖아요. 저는 매 투표마다 우리 아이 손을 잡고 투표소를 직접 방문해요. 가는 길에는 민주사회에서 선거가 얼마나 중요한지 설명을 해줘요.
아이와 함께 직접 투표소에 가서 투표를 하는 것이 장애가 없는 사람에게는 별 일이 아닐지라도 제게는 너무나도
소중한 일이예요.”
마음이 울컥했습니다.
은연 중에 ‘거소투표를 할 수 있는데, 투표소에 직접 가는 게 그리 중요한가…’라는 생각을
했었던 제가 너무나도 부끄러웠습니다. 사회적약자에 대하여 공동체의 배려가 필요하다는 원칙에
동의해 왔지만 현장에서 당신들과 같은 눈높이로 세상을 보지는 못했던 것입니다. 이와 같은
반성과 의뢰인에 대한 공감은 전투력(?) 증강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